
5월 25일 아직 동도 트기 전인 새벽 4시 30분. 경산 중앙교회 앞 주차장에는 3대의 대형 버스가 가평으로 출발하려고 세워졌다. 버스에는 신청 시간 단 57초 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첨된 34가정 100명의 경산중앙교회 성도가 타고 있었다. 경기도 가평 필그림 하우스에서 있을 ‘천로역정 세미나’를 가기 위해서다.
김종원 담임목사의 12주 천로역정 시리즈 설교가 마치고, 또 전 교인의 천로역정 책 읽기가 마친 뒤라서 모두의 기대는 더 컸다. 차량만 왕복 10시간가량 타야 한다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닐 만큼의 은혜를 사모함은 컸다.
중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라면과 우동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잠이 깨고 차 안에서 함께 가는 성도들의 짧은 자기소개와 간식을 선물로 천로역정 퀴즈 시간도 가지면서 즐거운 5시간을 보냈다. 10시쯤 필그림 하우스에 도착했다. 30분가량 영상으로 천로역정과 저자 존 번연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15분 간격으로 차량별로 3개의 조로 나뉘어 약 1킬로 남짓한 산속 순례의 길에 들어갔다.
해설을 들으며 약 1시간 30분 정도를 걸었다. 천로역정 속 장면들을 조각상들을 보며 다시 듣고 떠올리며 침묵 속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장소에서는 기도하기도 하고, 어떤 장소에서는 다 함께 찬양도 하고, ‘미궁’에 들어가서는 그곳에서 대접하는 차도 마시며 천로역정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모두 마치고 죽음의 강을 건너 천성으로 입성했다. 다 함께 둘러서서 ‘내 인생 여정 끝내어’를 찬양하고 기도하고, 서로를 축하하고 응원하며 일정을 마쳤다. 모두가 순례자임을 다시 한번 더 고백하는 시간이 되었다. 일행 중 절반은 어린이들이었는데도 누구 한 명 떠들지 않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고 기억하려는 모습들이 더욱 인상 깊었다.
함께 다녀온 중등부 1학년 황세영 자매의 소감을 들어 보았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필그림 하우스에 갔다. 어제 교회 금철 시간에 뮤지컬을 보고 몇 시간 못 자서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일찍 일어났다. 필그림 하우스에 가니 멸망의 도시부터 천성까지 있었다. 멸망의 도시에 가니 ‘나는 순례자’라는 글이 있는데, 그 글을 보면서 내가 진짜 책으로 들어와서 크리스천이 되어 출발하는 것처럼 설렜다. 계속 순례의 길을 걸으면서 크리스천, 변덕, 세속현자, 고집 등 다양한 책 속 캐릭터의 동상을 보았다. 동상의 표정과 행동이 잘 나타나서 천로역정 세미나에 온 것이 더 실감 났다. 특히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십자가 언덕 등이 굉장히 실감 나게 잘 만들어진 것 같았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 더 이해도 잘 되었다. 그중에서 해석자의 집에서 조각상을 본 게 기억에 남는다. 한쪽에는 마귀가 불을 끄려고 물을 넣고 있는데 불이 꺼지지 않았다. 반대편에서는 계속 기름이 넣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장면이 참 많이 인상 깊었다. 내 마음속도 성령의 기름 부음으로 불이 꺼지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집과 기쁨의 산맥이 있는데, 그곳이 교회를 상징한다는 것을 해설을 들으며 알았다. 교회의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순례의 길을 완주하고 천성에 들어가자, 풍경이 너무 예뻤다. 이곳이 정말 천국이구나 했다. 해설을 열심히 해주신 분께도 감사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나의 신앙 캐릭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들은 설교도 다시 복습한 것처럼 장면과 설교의 내용이 함께 떠올라서 좋았다. 오고 가는 길이 많이 멀었지만, 다시 가보고 싶을 만큼 좋은 곳이었다.”
문서사역부 장영애 기자










댓글